백화점 에르메스 매장, 눈부신 조명 아래 진열된 향수들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시향을 해봅니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향을 찾았는데, 직원이 묻습니다. “오 드 퍼퓸으로 드릴까요, 오 드 뚜왈렛으로 드릴까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이름도 비슷한데 가격은 다르고, 도대체 무슨 차이인지 몰라 결국 “더 인기 있는 걸로 주세요”라고 말해본 적 없으신가요? 이런 고민, 사실 당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에르메스 향수를 구매할 때 오 드 퍼퓸과 뚜왈렛의 결정적인 차이를 모른 채, 어쩌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 답답함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릴 시간입니다.
에르메스 향수, 오 드 퍼퓸과 뚜왈렛 핵심 차이 3줄 요약
- 부향률 차이로 인한 지속력: 오 드 퍼퓸이 뚜왈렛보다 향료 원액 비율이 높아 향이 더 오래 지속됩니다.
- 미묘하게 다른 향의 노트: 같은 이름의 향수라도 조향사가 의도적으로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의 강약을 조절하여 다른 느낌을 줍니다.
- 가격과 사용 목적의 차이: 일반적으로 원액 함량이 높은 오 드 퍼퓸이 더 비싸며, 깊고 풍부한 향을 원할 때 적합하고 뚜왈렛은 가볍고 상쾌한 느낌을 줄 때 좋습니다.
부향률과 지속력: 숫자가 말해주는 명확한 차이
에르메스 향수를 비롯한 모든 향수의 가장 기본적인 구분 기준은 바로 ‘부향률’입니다. 부향률이란 알코올에 섞인 향료 원액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 비율에 따라 향수의 종류와 지속력이 결정됩니다. 쉽게 말해, 부향률이 높을수록 향이 더 강하고 오래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향수 농도의 종류와 특징
향수는 농도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의 특징을 표로 정리해 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 종류 | 부향률 | 지속 시간 | 특징 |
|---|---|---|---|
| 퍼퓸 (Parfum) | 20~30% | 8~10시간 | 가장 농도가 진하고 깊은 향. 소량만 사용해도 충분하며, 향수 애호가들이 선호합니다. |
| 오 드 퍼퓸 (Eau de Parfum, EDP) | 15~20% | 5~7시간 | 퍼퓸 다음으로 농도가 높아 풍부한 향과 긴 지속력을 자랑합니다. 가장 대중적인 농도 중 하나입니다. |
| 오 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EDT) | 5~15% | 3~4시간 | 가볍고 상쾌한 느낌을 주어 데일리 향수로 적합합니다. 오 드 퍼퓸보다 부드러운 향이 특징입니다. |
| 오 드 코롱 (Eau de Cologne, EDC) | 3~5% | 1~3시간 | 가장 가볍고 상쾌하며, 운동 후나 기분 전환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에르메스의 ‘오 드 팜플무스 로즈’가 대표적입니다. |
예를 들어,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남자 향수 추천 제품인 ‘떼르 데르메스’의 경우, 오 드 뚜왈렛은 3~4시간 정도 지속되는 반면, 오 드 퍼퓸은 그보다 긴 시간 동안 은은한 잔향을 남깁니다. 따라서 아침에 뿌린 향기가 저녁까지 이어지길 원한다면 오 드 퍼퓸을, 점심시간 이후나 저녁 약속 전에 가볍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다면 오 드 뚜왈렛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향의 심도와 잔향: 보이지 않는 예술적 변주
단순히 부향률과 지속력의 차이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오 드 퍼퓸과 오 드 뚜왈렛은 단순히 같은 향을 희석한 것이 아닙니다. 에르메스의 조향사인 크리스틴 나이젤(Christine Nagel)이나 전설적인 장 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와 같은 마스터 조향사들은 두 버전을 만들 때, 향의 구조 자체에 미묘한 변화를 주어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도록 의도합니다.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의 미묘한 차이
향수는 시간에 따라 향이 변하는 ‘노트(Note)’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뿌렸을 때 느껴지는 ‘탑 노트’, 중간 단계의 ‘미들 노트’,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는 ‘베이스 노트(잔향)’로 구성됩니다.
- 탑 노트 (Top Note): 향수를 뿌린 직후부터 약 15분간 느껴지는 첫인상. 주로 시트러스나 프루티 계열의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향료가 사용됩니다.
- 미들 노트 (Middle Note): 탑 노트가 사라진 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느껴지는 향수의 심장부. 플로럴, 스파이시 계열의 향이 주를 이룹니다.
- 베이스 노트 (Base Note): 2시간 이후부터 은은하게 남는 잔향. 우디, 머스크, 파우더리 계열의 무겁고 지속력 있는 향료로 구성됩니다.
오 드 뚜왈렛 버전은 보통 탑 노트의 상쾌함을 강조하여 첫 느낌이 더 가볍고 청량하게 다가옵니다. 반면, 오 드 퍼퓸은 미들 노트와 베이스 노트의 깊이감과 풍부함에 더 초점을 맞추어 더욱 부드럽고 따뜻한 잔향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트윌리 데르메스’ 오 드 뚜왈렛은 진저의 톡 쏘는 상쾌함이 더 강조되는 반면, 오 드 퍼퓸은 튜베로즈와 샌달우드의 크리미하고 파우더리한 느낌이 더 부각됩니다. 따라서 같은 ‘떼르 데르메스’라도 뚜왈렛에서는 자몽과 오렌지의 시트러스함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고, 퍼퓸에서는 베티버와 시더우드의 우디한 흙내음이 더 짙고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상황과 목적에 맞는 현명한 선택 가이드
이제 부향률과 향조의 차이를 이해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것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당신의 라이프스타일과 향수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최고의 선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향수를 선택하기 전,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 주로 언제 향수를 뿌리나요?: 낮 시간 동안 사무실이나 학교처럼 실내에서 주로 활동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가벼운 오 드 뚜왈렛이 좋습니다. ‘H24 오 드 뚜왈렛’이나 ‘운 자르뎅 수르 닐’과 같은 상쾌한 향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 어떤 계절에 사용할 향수인가요?: 덥고 습한 여름에는 무거운 향보다는 ‘떼르 데르메스 오 지브레’처럼 시원하고 청량한 시트러스 계열의 오 드 뚜왈렛이 더 잘 어울립니다. 반대로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롬브르 드 메르베이’나 ‘보야지 데르메스’ 퍼퓸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우디, 스파이시 계열의 오 드 퍼퓸이 매력을 더해줍니다.
- 어떤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나요?: 세련되고 중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싶다면 ‘오 드 시트론 느와르’ 같은 유니섹스 향수를,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원한다면 ‘켈리 칼레쉬’ 오 드 퍼퓸과 같은 플로럴 계열의 여자 향수 추천 제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시향과 착향의 중요성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향수를 고를 때, 시향지에 뿌려 맡아보는 ‘시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향수는 사람의 체온과 체취에 따라 미묘하게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피부에 직접 뿌려보는 ‘착향’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매장에서 샘플이나 미니어처를 받아 하루 정도 시간을 두고 탑 노트부터 잔향까지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이 실패 없는 향수 구매의 핵심 팁입니다. 손목 안쪽이나 귀 뒤쪽에 착향해보고 최소 2~3시간 지난 후의 잔향이 마음에 드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에르메스 향수의 오 드 퍼퓸과 뚜왈렛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취향 문제입니다. 지속력과 풍부함을 원한다면 오 드 퍼퓸, 가볍고 자연스러운 향을 선호한다면 오 드 뚜왈렛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두 버전의 결정적인 차이를 이해했으니, 이제 자신감을 갖고 당신의 완벽한 에르메스 향수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